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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췌장암을 그냥 '걸리면 끝인 병'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막연하게 무섭기만 했고, 딱히 제 얘기라고 여기지 않았죠. 그런데 가족 중에 당뇨 환자가 있다 보니, 어느 순간 이 병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극적으로 달라지고, 수술 전 몸 상태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회복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조기발견이 전부인 병, 어떻게 놓치지 않을까
제가 처음 충격을 받은 건 종양 표지자 검사(CA19-9) 얘기를 들었을 때입니다. CA19-9란 혈액 속에서 췌장암 세포가 만들어내는 단백질 수치를 측정하는 검사로, 췌장암 의심 시 가장 먼저 시행되는 혈액 검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인 췌장암 환자의 10~15%는 실제로 암이 있어도 이 수치가 정상으로 나온다는 겁니다. 저는 이 검사 하나면 충분하다고 막연히 믿고 있었는데,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췌장 자체의 구조도 발견을 어렵게 만듭니다. 췌장은 몸 뒤쪽 깊숙이 위치해 있고, 소화액 생성, 인슐린 분비, 혈당 조절 세 가지 기능을 담당하면서 머리·몸통·꼬리로 나뉩니다. 문제는 건강검진에서 흔히 받는 복부 초음파로는 체격이 있거나 복부 지방이 많은 경우 췌장 머리와 꼬리 부분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초음파와 피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을 때 CT(컴퓨터단층촬영)를 추가로 찍는 게 실질적인 조기 발견의 관건이 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더 실감이 납니다. 2년마다 종합검진을 받던 분이 피검사 수치 이상으로 재검사를 거쳐 2cm짜리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6년째 재발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특히 주목한 건 김하성 씨 사례였습니다. 원래 당뇨가 없던 분이 갑자기 당뇨가 생겨 병원을 찾았더니 초기 췌장암이었던 겁니다. 가족 중에 당뇨 환자가 있는 제 입장에서는 이 대목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당뇨를 그저 혈당 관리 문제로만 보다가, 췌장암의 신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놓칠 뻔했으니까요.
췌장암의 주요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3~4기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 목록은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기준으로 삼는 게 맞습니다.
- 황달, 갈색 혹은 붉은색 소변, 흰색이나 회색 대변 (췌장 머리 부분 암 발생 시 담즙 분비 이상)
- 뚜렷한 이유 없는 급격한 체중 감소
- 복부 또는 허리 통증, 식후 통증 및 구토, 소화 불량
- 갑작스러운 당뇨 발생 또는 기존 당뇨가 갑자기 심해지는 경우
출처: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여전히 1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1cm 미만의 아주 조기 단계에서 발견했을 때는 5년 생존율이 80~90% 이상으로 뛰어오릅니다. 이 숫자가 저한테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발견 시점 하나가 생존율을 80%포인트 가까이 바꿔놓는다는 게,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실제 사람의 삶을 가르는 차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수술후관리와 사전재활, 환자가 직접 해야 할 것들
췌장암 수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췌십이지장절제술입니다. 췌십이지장절제술이란 췌장 머리 부분과 십이지장, 담낭을 함께 제거한 뒤 남은 췌장·담도를 소장에, 위를 소장에 각각 다시 연결하는 복잡한 대수술입니다. 수술 시간도 길고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수술 후 합병증 관리가 생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주요 합병증으로는 췌장액 누출, 담즙 정체, 음식물 하강 장애, 그리고 인슐린 분비 부족으로 인한 당뇨 발생이 있습니다. 여기서 췌장액 누출이란 수술 부위 봉합이 완전히 아물기 전 소화액이 새어나와 주변 장기를 손상시키거나 출혈을 일으키는 합병증으로, 수술 후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수술 후 조기 보행과 소량씩 자주 먹는 식이 관리가 이 합병증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합니다.
제가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개념이 바로 사전 재활(prehabilitation)입니다. 사전 재활이란 수술 전에 미리 운동과 영양 개선을 통해 환자의 신체 상태를 끌어올려, 수술 후 회복 속도를 높이고 합병증을 줄이는 접근법입니다. 단순히 의사한테 치료받고 기다리는 게 전부가 아니라, 수술 전부터 환자 스스로 몸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암 수술 앞에서 운동을 미리 한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었으니까요.
캐나다 맥길 대학 병원 연구 결과(출처: McGill University Health Centre)에 따르면, 운동·영양·정서 지원을 결합한 사전 재활 프로그램을 시행한 환자군에서 수술 후 합병증이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영양 불량 상태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일수록 효과가 두드러졌습니다. 개인의 기초 체력을 먼저 파악한 뒤 맞춤형 유산소·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허성옥 씨 사례는 제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이야기입니다.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고 다른 병원에서 수술 불가 판정까지 받았지만, 약 1년간의 항암 치료로 종양이 줄어들어 수술이 가능해졌습니다. 항암 치료(chemotherapy)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약물 치료로, 수술이 불가능한 단계에서 종양을 축소시켜 수술 가능 상태로 전환하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수술 후에도 불편한 몸으로 병실 안팎에서 꾸준히 움직이며 스스로 회복에 힘쓴 결과, 3년이 넘도록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과거 수술 불가 판정을 받은 4기 환자 중 약 5~6%가 이제는 수술적 치료로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수치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췌장암 초기 증상이 없다던데, 그럼 어떻게 발견하나요?
A. 대부분은 증상이 나타날 때 이미 3~4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증상보다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피검사 수치 이상이나 복부 초음파 이상 소견을 잡아내는 게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갑자기 당뇨가 생기거나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가 있다면 췌장 쪽 정밀 검사를 꼭 받아보는 것이 맞습니다.
Q. CA19-9 수치가 정상이면 췌장암 아닌 거 맞죠?
A.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인 췌장암 환자의 10~15%는 실제로 암이 있어도 CA19-9 수치가 정상 범위로 나옵니다. 이 검사는 참고 지표 중 하나일 뿐이고, 복부 초음파나 CT 검사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Q. 사전 재활 운동은 수술 며칠 전부터 해야 효과가 있나요?
A. 정해진 일수보다는 개인의 체력 상태에 따라 맞춤 설계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맥길 대학 병원 연구를 포함한 여러 임상 결과를 보면, 수술 전 수 주에 걸쳐 유산소·근력 운동과 영양 개선을 병행했을 때 합병증 감소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영양 불량 상태이거나 고령이라면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4기 췌장암이면 수술이 아예 불가능한 건가요?
A. 과거에는 4기면 수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항암 치료로 종양을 충분히 줄인 뒤 수술 가능 상태로 전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수술 불가 판정을 받은 4기 환자 중 약 5~6%는 수술적 치료로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기 전에 전문 기관에서 재평가를 받아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결론
이 내용을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하나입니다. 췌장암은 '걸리면 끝'이 아니라 '언제 발견하느냐'가 전부라는 것입니다. 1cm 미만에서 잡으면 5년 생존율이 80~90%를 넘고, 증상이 나타난 뒤 발견하면 대부분 3~4기라는 현실은 결국 정기 검진과 이상 신호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뜻입니다.
수술 후 관리도 의료진에게만 맡기는 게 아니라는 점을 제 경험상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전 재활부터 조기 보행, 고단백 식이 관리까지, 환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고 실제로 결과를 바꿉니다. 가족 중 당뇨 환자가 있거나,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가 있다면 지금 당장 검진 계획을 다시 잡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