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염증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여겼는데, 서울대학교 이승훈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 그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염증은 몸이 망가지는 신호가 아니라, 몸을 지키려는 면역 반응의 결과였습니다. 다만 그 반응이 멈추지 않을 때, 즉 만성 염증으로 이어질 때 문제가 시작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염증 메커니즘: 나쁜 게 아니라 멈추지 않는 게 문제였다

저도 처음엔 염증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염증은 선천 면역 시스템이 외부 병원균을 감지하고 공격할 때 나타나는 부산물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선천 면역 시스템이란, 우리 몸에 태어날 때부터 내장된 1차 방어 체계를 의미합니다. 학습 없이도 즉각 반응하는 빠른 군대 같은 존재입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목이 붓고 열이 나는 것도 사실은 균을 물리치는 과정입니다. 면역 세포들이 병원균을 제거하면서 주변 정상 조직에도 불가피하게 손상을 주는데, 이것이 이른바 collateral damage, 즉 부수적 손상입니다. 원인이 사라지면 이 반응도 멈추기 때문에 급성 염증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입니다. 만성 염증이란 염증의 원인 물질이 계속해서 몸 안으로 유입되어 면역 반응이 꺼지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헤르페스, 결핵, 헬리코박터균처럼 외부 병원균이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지만, 더 흔한 원인은 비만입니다. 내장 지방 세포가 커지면서 지방산이 과도하게 혈액으로 흘러나오고, 이것이 면역 세포인 호중구에 의해 염증 물질로 인식되어 반응이 계속 켜진 채로 유지됩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건, 과잉 칼로리 상태가 되면 면역 에너지 자체가 많아져서 아주 작은 자극에도 면역 시스템이 과잉 반응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과식이 단순히 살을 찌우는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방어 시스템을 예민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제야 와닿았습니다. 만성 염증은 결국 암, 동맥경화증,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출처: NIH PubMed — Chronic Inflammation Review).

요약: 염증 자체는 필수적인 면역 반응이지만, 원인이 사라지지 않으면 만성 염증으로 굳어져 암·동맥경화 등 심각한 질환의 토대가 된다.

진단 지표: 수치로 만성 염증을 먼저 잡는 법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면 별 이상이 없다고 여기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번에 몇 가지 수치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만성 염증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래 지표들을 꾸준히 챙기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HSCRP(고감도 C-반응 단백) 수치입니다. 여기서 HSCRP란 몸 안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있을 때 간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농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일반 CRP보다 훨씬 민감하게 초기 만성 염증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준으로 0.2mg/dL 이상이면 만성 염증 가능성을 의심하고, 0.4mg/dL 수준이면 초기 만성 염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HSCRP 수치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통풍 치료제로 알려진 콜히친 저용량이 이 염증 경로를 차단하는 효과로 FDA 신약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그 근거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 제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던 지표는 당화혈색소(HbA1c)입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로, 6.0%를 넘으면 당뇨 전단계로 보고 대사 이상이 시작됐다고 판단합니다. 단순히 혈당 수치 하나로 보는 것보다 훨씬 긴 호흡으로 몸 상태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더 신뢰할 수 있는 지표라고 느꼈습니다.

간 기능 검사에서 AST/ALT 수치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상 기준은 40 이하인데, 꾸준히 50~60 이상이 나온다면 지방간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지방간은 간세포 손상 → 지방간염 → 간경화 → 간암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연결 고리의 출발점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결국 과잉 칼로리 섭취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저에게는 가장 강렬하게 남았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내 몸 상태를 먼저 점검할 수 있는 기준치

  • 혈압 130/85mmHg 이상 — 만성 염증으로 인한 혈관 손상 가능성
  • 허리둘레 남성 90cm·여성 85cm 이상 — 내장 지방 과잉의 신호
  • HSCRP 0.4mg/dL 이상 — 초기 만성 염증 의심 구간
  • 당화혈색소(HbA1c) 6.0% 초과 — 대사 이상 시작 단계
  • AST/ALT 50~60 이상 지속 — 지방간염 가능성
요약: 만성 염증은 자각 증상이 없어 HSCRP·당화혈색소·AST/ALT 같은 구체적인 수치로 먼저 파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뇌 건강: 깊이 자는 것이 치매 예방의 첫걸음이었다

치매에 대해서는 저도 막연한 두려움만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된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본인이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걱정할 때는 대부분 치매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이 먼저 알아차릴 때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뒤집힌 논리가 오히려 더 잘 기억에 남습니다.

뇌에는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는 자체 청소 시스템이 있습니다. 글림프 시스템이란 뇌 활동 중 생긴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을 수면 중에 뇌척수액으로 씻어내는 구조로, 뇌 세포 주변의 간질 공간을 통해 작동합니다. 쉽게 말해 뇌의 하수도 시스템입니다. 핵심은 이 시스템이 깊은 수면 단계, 즉 서파 수면(Slow-Wave Sleep) 구간에서만 본격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아밀로이드 같은 치매 유발 물질도 이 시스템이 청소해줄 것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보고 있습니다.

저도 평소 수면을 대충 챙기는 편이었는데, 이 내용을 알고 나서부터는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수면의 질을 훨씬 신경 쓰게 됐습니다. "옆으로 자면 치매 예방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근거가 없다고 명확히 짚어준 것도 저에겐 유용했습니다. 자세보다는 깊이 자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한 핵심 습관 세 가지도 실천 문턱이 낮아서 바로 제 루틴에 넣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7~8시간 깨지 않고 푹 자기, 집에서 혈압 자주 측정하기, 적절한 체중과 허리둘레 유지하기. 거창한 것이 아니라 측정 가능하고 확인 가능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더 믿음이 갔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수면의 질을 실제로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 예를 들어 카페인 섭취 시간 조절이나 전자기기 사용 습관 같은 팁이 함께 제시됐다면 더 완결된 그림이 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약: 뇌의 글림프 시스템은 깊은 수면 중에만 활성화되어 치매 유발 물질을 청소하므로, 수면의 양과 질 모두를 관리하는 것이 치매 예방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HSCRP 검사는 일반 건강검진에서 받을 수 있나요?

A. 일반적으로 기본 건강검진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별도로 요청하면 처방받을 수 있으며, 비급여 항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검진 시 "만성 염증 확인을 위해 HSCRP를 추가로 보고 싶다"고 직접 요청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Q. 흰쌀밥이 나쁜 건가요, 아니면 양이 문제인 건가요?

A. 흰쌀밥 자체가 염증 물질은 아닙니다. 정제 탄수화물은 소화 흡수가 빠르고 몸이 선호하기 때문에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고, 그 결과 남은 칼로리가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쉽게 말해 밥이 문제가 아니라 밥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게 핵심입니다.

 

Q. 단백질을 체중 1kg당 1g 먹으면 신장에 부담이 생기지 않나요?

A. 건강한 성인 기준으로는 체중 1kg당 1g 정도의 단백질 섭취는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안전한 범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미 신장 기능이 저하된 분들에게는 별도의 기준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기저 질환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맞습니다.

 

Q. 글림프 시스템을 활성화하려면 몇 시간 자야 하나요?

A. 7~8시간을 기준으로 잡되, 중간에 깨지 않고 연속으로 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글림프 시스템은 깊은 수면 단계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단순히 긴 시간보다 수면의 질, 즉 얼마나 깊이 잠드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

이번에 처음으로 만성 염증의 전체 그림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습니다. 염증 자체는 몸의 방어 시스템이고, 문제는 그것이 꺼지지 않는 상태, 즉 과잉 칼로리와 내장 지방이 원인이 되어 면역 반응을 계속 켜두는 것이었습니다. HSCRP·당화혈색소·AST/ALT 같은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만성 염증의 초기 신호를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실용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지금 당장 바꾸기로 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다음 건강검진에서 HSCRP를 추가 요청할 것, 단백질 섭취를 의식적으로 늘릴 것, 그리고 수면 시간을 7시간 이상으로 고정할 것입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됩니다. 측정할 수 있어야 관리할 수 있으니, 오늘 혈압계를 꺼내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youtu.be/ZFzS1UwVgNc?si=1a4zTEg0doGplyj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