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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염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릎이 붓거나 상처가 곪는 장면만 떠올렸습니다. 그게 고혈압이나 간암, 심지어 치매와 연결될 수 있다는 건 꿈에도 몰랐죠. 서울대학교 이승훈 교수님의 강의를 보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얕게 알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특히 최근 건강검진에서 당화혈색소 5.8%를 받아들고 "뭐, 괜찮겠지"라고 넘겼던 제 자신이 그날 밤 꽤 불편해졌습니다.

 

비만이 만성 염증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

염증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목이 붓고 열이 오르는 것, 그게 바로 선천 면역 시스템이 외부 병원균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급성 염증입니다. 면역 세포들은 적을 제거하는 데만 집중하기 때문에 주변 정상 조직이 부수적으로 손상되는 걸 감수합니다. 이른바 콜래터럴 대미지(collateral damage), 쉽게 말해 아군 피해인 셈입니다.

문제는 이 반응이 끝나지 않고 계속될 때입니다. 만성 염증이란,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끊임없이 유입되어 면역 세포가 계속 흥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급성과 달리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니 장기가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손상됩니다. 암, 동맥경화증, 뇌졸중이 이 경로로 발생한다는 건 지금은 의학계에서 거의 정설에 가깝습니다(출처: NIH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그렇다면 비만은 어떻게 이 불길에 기름을 붓는 걸까요. 내장 지방이 쌓이면 지방 세포가 팽창하고, 그 안에 있던 지방산이 혈액 속으로 과도하게 흘러나옵니다. 이 지방산을 면역 세포인 호중구가 외부 침입 물질로 인식하면서 염증 반응이 시작됩니다. 여기에 과잉 칼로리 섭취로 면역 세포의 에너지 자원까지 넘쳐나면, 원래라면 그냥 지나쳤을 작은 자극에도 면역 시스템이 과잉 반응하게 됩니다. 과식이 단순히 체중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염증 스위치를 켜는 행위라는 걸, 제가 직접 이 설명을 들어보니 비로소 실감이 났습니다.

특히 간이 만든 지방이 근육에서 다 소비되지 못하고 내장 지방 저장소마저 포화 상태가 되면, 결국 간세포 자체에 지방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게 지방간입니다. 지방간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지방간염 → 간경화 →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는 경로를 밟습니다. 이 모든 출발점이 과잉 칼로리 섭취라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정제 탄수화물 이야기도 이 맥락에서 비로소 이해됐습니다. 흰쌀밥이나 흰빵은 이미 소화 과정을 거친 것처럼 잘게 분쇄된 상태라 몸이 매우 빠르게 흡수합니다. 탄수화물 자체가 염증 물질인 게 아니라, 몸이 너무 좋아해서 과식하게 만들고 그 과잉 상태가 염증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제가 흰쌀밥 먹을 때 유독 배가 불러도 더 먹게 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단맛이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왔다"는 생물학적 신호를 뇌에 보내기 때문입니다.

  • 내장 지방 팽창 → 지방산이 혈액으로 과도하게 방출
  • 호중구가 지방산을 외부 침입물로 인식 → 염증 반응 점화
  • 과잉 칼로리로 면역 에너지 과잉 공급 → 작은 자극에도 과잉 반응
  • 간세포 내 지방 축적 → 지방간 → 지방간염 → 간경화 → 간암
요약: 비만으로 인한 과잉 지방산이 면역 세포를 자극하고, 과잉 칼로리가 이 반응을 증폭시켜 간암·동맥경화 등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 지표로 내 상태 확인하고, 수면으로 뇌를 청소하는 법

만성 염증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라면, 저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 걸까요. 검진 수치를 꺼내들고 대조해봤습니다. 혈압 130/85mmHg 이상, 남성 허리둘레 90cm 이상, 여성 85cm 이상이면 만성 염증 위험 신호로 봐야 합니다. 당화혈색소(HbA1c)가 6.0%를 넘으면 당뇨 전단계로, 대사 이상이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로, 한 번의 공복 혈당 검사보다 훨씬 신뢰도 있는 지표입니다. 제 수치가 5.8%였는데, 그냥 넘기기엔 0.2%밖에 여유가 없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더 예민한 초기 지표도 있습니다. HSCRP(고감도 C-반응 단백) 검사입니다. 여기서 HSCRP란 혈액 내 염증 반응이 활성화될 때 간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을 고감도로 측정한 수치로, 일반 CRP 검사보다 훨씬 미세한 만성 염증도 포착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준으로 0.2mg/dL 이상이면 만성 염증으로 볼 수 있고, 0.4mg/dL 정도면 초기 만성 염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 수치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있으며, 통풍 치료제로 알려진 콜히친 저용량이 심근경색·뇌졸중 예방 효과로 FDA 신약 승인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출처: FDA Drug Trials Snapshots). 간 효소 수치인 AST·ALT도 중요한데, 40 이하가 정상이고 꾸준히 50~60을 넘긴다면 지방간염 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밤 12시 넘어 자고 6시간도 못 채우는 날이 이어지면 다음날 머리가 무겁고 집중이 안 되는 건 당연하게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뇌의 청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뇌에는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는 구조가 있습니다. 글림프 시스템이란 뇌척수액이 뇌 조직 사이를 흘러다니며 신경 활동의 부산물과 노폐물을 씻어내는 일종의 뇌 전용 하수도입니다. 결정적인 점은 이 시스템이 깊은 수면 단계, 즉 서파 수면(slow-wave sleep) 시에만 본격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치매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같은 물질도 이 과정에서 제거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이 청소 사이클이 돌지 않고, 노폐물이 뇌에 쌓이는 셈입니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한 습관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7~8시간 깨지 않고 자는 것, 집에서 혈압을 자주 측정하는 것, 그리고 적절한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들리지만, 제 생활을 돌아보면 이 세 가지 중 하나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현실이었습니다.

요약: HSCRP·당화혈색소·AST/ALT 등 구체적인 수치로 내 염증 상태를 확인하고, 7~8시간의 깊은 수면으로 뇌의 글림프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만성 염증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A. 일반 건강검진에서 확인 가능한 수치들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혈압 130/85mmHg 이상, 허리둘레 남성 90cm·여성 85cm 초과, 당화혈색소 6.0% 초과, AST·ALT 간 효소 50 이상이 반복된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더 정밀하게 보려면 HSCRP 검사를 따로 요청하는 방법이 있고, 한국 기준으로 0.4mg/dL 이상이면 초기 만성 염증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Q. 탄수화물을 끊으면 만성 염증이 나아지나요?

A. 탄수화물 자체가 염증 물질은 아닙니다. 문제는 몸이 탄수화물을 너무 좋아해서 과식하기 쉽고, 그 과잉 상태가 염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식습관을 돌아봤을 때도 흰쌀밥이나 흰빵 앞에서 유독 과식이 잦았는데, 이건 의지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반응이었습니다. 완전히 끊기보다는 정제 탄수화물의 양을 줄이고 단백질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 현실적입니다.

 

Q. 당화혈색소 5.8%면 위험한 건가요?

A. 정상 범위 안이지만 마냥 안심하기엔 이른 수치입니다. 6.0%를 넘으면 당뇨 전단계, 즉 대사 이상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보기 때문에 5.8%는 그 경계에 꽤 가까이 와 있는 상태입니다. 저도 같은 수치를 받고 나서야 식습관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당장 큰 문제가 없더라도 식이 조절과 운동으로 방향을 잡아두는 게 낫습니다.

 

Q. 잠을 못 자면 치매 위험이 높아지나요?

A. 수면과 치매의 연관성은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주제입니다. 깊은 수면 단계에서만 활성화되는 글림프 시스템이 아밀로이드 베타 같은 치매 관련 단백질 제거에 관여한다고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확정적인 인과관계가 완전히 증명된 건 아니지만, 7~8시간의 질 좋은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뇌 건강에 유리하다는 방향은 현재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결론입니다.

 

결론

이 강의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건강검진 결과지를 다시 꺼낸 것이었습니다. 당화혈색소 5.8%, 그 숫자가 전과는 다르게 보였습니다. 만성 염증, 비만 메커니즘, 글림프 시스템이라는 단어들이 막연한 의학 지식이 아니라 제 몸 이야기로 들리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맛없는 음식을 먹어라"는 조언은 인상적이었지만, 실제로 어떤 식단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구체적인 그림이 없어서 당장 실천하기엔 조금 막막했습니다. 스트레스가 만성 염증에 미치는 영향이나, 깊은 수면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도 더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래도 제 생활 습관을 다시 보게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었고, 오늘 밤부터라도 취침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보려 합니다.

참고: https://youtu.be/ZFzS1UwVgNc?si=u87MwzlKf5OLldP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