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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환자 중 절반 가까이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갑니다. 증상이 없어서가 아니라, 뇌가 비어있는 시야를 스스로 채워 넣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눈 어딘가가 조용히 망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 그게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습니다.

뇌가 숨기는 병, 거짓비늘증후군과 안압 조절의 벽
왼쪽 눈을 손으로 가렸을 때 오른쪽 시야의 절반 이상이 사라져 있다는 걸 그 자리에서 처음 알게 됐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환자의 이야기를 접하고 저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사람의 뇌는 시야에 구멍이 생겨도 그 빈자리를 주변 정보로 메워 버리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합니다. 부딪히거나 걸려 넘어지는 등 일상에서 이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말기 단계에 접어든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제 생각엔 이 병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입니다.
그 환자가 진단받은 병명은 거짓비늘증후군(Pseudoexfoliation Syndrome)이었습니다. 여기서 거짓비늘증후군이란 눈 속의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가 비정상적으로 약해지고 부서지면서, 그 잔해가 눈 안에 비듬처럼 침착되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눈의 구조물이 조금씩 부스러져 내리는 병입니다. 이 침착물이 방수(房水) 배출 통로를 막으면 안압이 치솟고, 결국 시신경이 손상되어 녹내장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과거에는 스칸디나비아 지역 특유의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한국에서도 상당히 증가한 상태입니다. 환경 변화와 유전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합니다. 예후가 나쁘고 일반 녹내장보다 치료가 훨씬 어렵다는 점에서, 저는 이 병이 단순히 희귀 질환으로 치부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환자는 약물 치료, 레이저 시술을 거쳐 결국 두 번째 수술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수술은 인공 밸브를 눈 안에 삽입하여 방수 배출을 돕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방수(房水)란 눈 안을 순환하며 안압을 조절하는 액체인데, 이것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안압이 지속적으로 상승합니다. 결막을 절개하고 밸브 몸통을 고정한 뒤 튜브를 삽입하고, 튜브 노출을 막기 위해 고호막으로 덮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 수술에 사용된 튜브는 내경이 기존 대비 세 배 더 크게 설계되어, 방수 배출 효율과 안압 조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수술 다음 날 안압 수치가 정상 범위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제가 읽으면서도 괜히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수술 목표는 안압을 10대 초반으로 낮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녹내장은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에, 안압 조절을 통해 더 이상의 손상을 막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출처: 미국안과학회(AAO)에 따르면, 녹내장은 전 세계적으로 비가역적 실명의 두 번째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한 번 잃은 시야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생각하게 됩니다.
- 거짓비늘증후군: 눈 속 콜라겐·엘라스틴 섬유가 부서져 방수 배출 통로를 막고 안압을 높임
- 뇌의 보완 기능으로 인해 시야 손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
- 약물→레이저→수술의 단계적 치료, 수술은 최후의 선택지이자 실명을 막는 수단
- 인공 밸브 삽입 수술: 방수 배출 통로를 만들어 안압을 10대 초반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

정상 안압도 안심할 수 없다, 조기 검진이 전부인 이유
병원에서 "안압 정상,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집에 돌아갔는데, 사실 그때 이미 말기 녹내장이 진행 중이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이게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2005년, 마흔 살에 눈이 흐려지기 시작한 한 환자는 정상 안압이라는 진단을 받고 안심했다가 결국 말기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의료 정보의 공백이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실감했습니다.
정상 안압 녹내장(Normal Tension Glaucoma)이란 안압이 정상 범위(10~21mmHg)임에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유형의 녹내장입니다. 쉽게 말해, 안압 수치만 보고 녹내장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이 유형은 놓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의료진 사이에서도 이 개념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은 것이 바로 그 환자였습니다. 현재까지 시야를 조금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것이 기적에 가깝다는 담당 교수의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사례에서 가장 오래 머문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어제보다 시야가 더 줄어들지 않았을까 공포에 떨었다는 고백, 그리고 그 공포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 한 줄로 다스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분은 지금 흰 지팡이에 의지하면서도 첼로 연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남편 환갑 때 직접 축주를 해드리고, 언젠가 가족들 앞에서 작은 독주회를 열겠다는 꿈을 품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감동이었습니다. 단순한 투병 스토리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붙들고 살아갈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담당 교수는 이 환자가 수십 년간 관리가 가장 잘 된 케이스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핵심은 안압 관리와 스트레스 관리, 두 가지였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카테콜라민(catecholamine)과 부신피질 호르몬(cortisol)은 안압을 높이고 눈으로 가는 혈류량을 줄여 녹내장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서 카테콜라민이란 우리 몸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하는 신경 전달 물질로,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눈의 시신경에 혈류가 부족해지면 그 자체로 녹내장 진행의 촉진 요인이 된다는 점이, 제가 직접 자료를 찾아보며 새롭게 이해한 부분입니다.
운동에 관해서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안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라면, 숨을 참으며 무거운 무게를 드는 발살바(Valsalva) 형태의 근력 운동이나 물구나무서기는 안압을 급격히 높일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살바 동작이란 성문을 닫은 채 강하게 힘을 주는 행위로, 복압과 흉강 내압을 동시에 높여 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면 호흡을 유지하며 진행하는 유산소 운동과 가벼운 근력 운동은 눈으로 가는 혈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어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출처: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도 규칙적인 운동이 안압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녹내장 진단을 위한 기본 검사는 세 가지입니다. 안압 측정, 시신경 유두 촬영, 그리고 시야 검사. 안압 하나만 봐서는 정상 안압 녹내장을 잡아낼 수 없습니다. 특히 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다면 유전적 요인을 고려해 더 이른 나이부터, 더 자주 이 세 가지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검사의 필요성을 주변에 이야기하면 "나는 눈이 좋으니까 괜찮아"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바로 그 사람들이 가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는 것이 이 병의 역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녹내장 수술하면 실명한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A. 제가 자료를 찾아보며 가장 바로잡고 싶었던 오해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실명은 수술이 원인이 아니라, 병세가 너무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에 이르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압이 조절되지 않아 시신경 손상이 계속 진행되고, 결국 실명에 이를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수술은 마지막 선택지이자 실명을 막기 위한 수단입니다.
Q. 안압이 정상이면 녹내장이 아닌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는 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안압만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안압 측정과 함께 시신경 유두 촬영, 시야 검사를 함께 받아야 녹내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눈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일수록 이 검사를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 그 점이 저는 가장 걱정됩니다.
Q. 거짓비늘증후군은 왜 치료가 더 어려운가요?
A. 일반 녹내장보다 안압 상승 속도가 빠르고, 약물이나 레이저 시술만으로 안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눈 속에 침착된 비늘 모양의 단백질 잔해가 방수 배출 통로를 광범위하게 막기 때문에, 치료 반응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예후가 나쁜 난치성 녹내장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Q. 녹내장 환자는 어떤 운동을 피해야 하나요?
A. 안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라면 숨을 참으며 무거운 무게를 드는 근력 운동(발살바 동작)과 물구나무서기는 안압을 급격히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반면 호흡을 유지하며 하는 유산소 운동이나 가벼운 근력 운동은 눈의 혈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기 때문에 권장됩니다. 안압 조절이 잘 되는 환자라면 운동 종류를 과도하게 제한하기보다 전신 건강을 지키는 방향으로 골고루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Q. 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으면 저도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렇습니다. 녹내장은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직계 가족 중 환자가 있다면 더 이른 나이부터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초기에는 아무 증상이 없다는 점에서, 스스로 이상을 느끼기를 기다리다가는 이미 늦을 수 있습니다. 안압 측정, 시신경 유두 촬영, 시야 검사를 세트로 받는 것이 기본입니다.

결론
이 두 분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을 오래 붙들고 있었습니다. 병이 무서운 게 아니라, 모르는 채로 지나치는 시간이 무섭다는 것입니다. 녹내장은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상당히 늦출 수 있고, 실명을 피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데 뇌가 스스로 시야의 구멍을 메워주는 탓에, 자각 증상이 생겼을 때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단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발 검사 좀 받으라"는 한 환자의 말이 저는 어떤 의학적 설명보다 더 오래 남았습니다. 안압 측정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시신경 유두 촬영과 시야 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기본입니다. 40대 이상이라면, 그리고 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다면, 이 세 가지 검사를 올해 안에 한 번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이 글을 쓰고 나서 가까운 안과에 예약을 잡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