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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자신 있던 사람이 세면대 앞에서 갑자기 쓰러질 수 있다면 믿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삼촌이 그걸 겪었고, 며칠 전 건강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상황을 본 뒤 더 이상 '남의 일'로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경동맥 협착증은 증상 없이 진행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터집니다. 이 글은 그 두려움에서 시작된 기록입니다.

뇌졸중 원인이 뇌가 아닌 목에 있다고?
평소 고혈압과 당뇨가 있었지만 늘 건강하다고 자신했던 우강호 씨는 어느 아침 세면 도중 오른쪽 몸에 힘이 빠지면서 쓰러졌습니다. 응급실에서 받은 진단은 급성 뇌경색. 그런데 뇌혈관을 들여다봤더니 정작 막힌 건 뇌혈관이 아니었습니다. 목에 있는 경동맥에서 떨어져 나온 혈전이 뇌혈관을 막은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 장면을 보면서 멍해졌습니다. 뇌졸중이면 당연히 뇌혈관 문제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직접 삼촌의 진료 기록을 뒤적여보니, 거기에도 똑같이 "경동맥 유래 혈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 단어가 뭘 뜻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핵심 통로입니다. 목 양쪽에 하나씩 있으며, 내경동맥과 외경동맥이 갈라지는 분기 부위에 동맥경화성 침착물, 즉 죽상경화판이 쌓이기 쉽습니다. 여기서 죽상경화판이란, 혈관 내벽에 지방과 염증 세포가 굳어서 쌓인 덩어리를 말합니다. 이게 조금씩 자라다가 터지거나 떨어져 나가면 혈전이 되어 뇌혈관을 막습니다. 이것이 경동맥 협착증으로 인한 뇌졸중의 전형적인 경로입니다.
더 무서운 건 협착 정도와 뇌졸중 위험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혈관이 50% 막혀 있어도 불안정한 죽상경화판이 터지면 그 순간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70% 이상 막혔어도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삼촌도 검사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을 못 느꼈다고 했거든요.
실제로 우리나라 뇌졸중의 15~20%가 경동맥 질환에서 비롯되며, 경동맥 협착증 환자 수는 최근 8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 60세 이전 뇌졸중·심근경색 가족력이 있다면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한 번쯤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경동맥: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목 양쪽의 혈관
- 죽상경화판: 혈관 내벽에 지방·염증 세포가 굳어 쌓인 침착물로, 떨어지면 혈전이 됨
- 경동맥 협착증: 동맥경화로 경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
- 주요 위험 인자: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 뇌졸중·심근경색 가족력(60세 이전)

미니 뇌졸중을 놓쳤을 때 치료법이 달라진다
방송에서 장원식 씨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아찔했습니다. 2년 전 뇌졸중을 겪었던 분인데, 최근 다시 어지럼증이 생기고 정신을 잃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검사해보니 왼쪽 경동맥이 90% 가까이 막혀 있었습니다. 그 순간 삼촌이 요즘 가끔 어지럽다고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 일과성 허혈 발작(TIA)입니다. 쉽게 말해 '미니 뇌졸중'이라고 부르는데, 경동맥 협착으로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회복되는 상태입니다. 팔다리 감각이 무뎌지거나, 한쪽 눈이 잠깐 안 보이거나, 말이 갑자기 어눌해졌다가 수 분~수 시간 내에 사라지는 증상이 전형적입니다. 증상이 사라졌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과성 허혈 발작은 이후 실제 뇌졸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입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삼촌의 후유증을 보면서 제 경험상 이 경고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치료법은 협착 정도와 증상 유무에 따라 나뉩니다. 증상이 없고 협착이 70% 미만이라면 항혈소판제, 스타틴 같은 약물 치료를 우선합니다. 반면 증상이 나타났거나 협착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나 시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합니다.
수술은 경동맥 내막 절제술로, 목 피부를 절개해 혈관 내부에 쌓인 죽상경화판 찌꺼기를 직접 긁어내는 방법입니다. 혈류를 차단한 상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수술 중 찌꺼기가 뇌로 이동할 위험이 있어 집도의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시술은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로, 사타구니를 통해 카테터를 넣고 색전 방지용 필터를 펼친 뒤 풍선으로 혈관을 넓히고 스텐트, 즉 금속 그물 지지대를 삽입해 혈관을 열어두는 방법입니다. 시술 후에는 과혈류 증후군(갑자기 혈류가 증가하면서 뇌출혈, 심한 두통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나 서맥, 혈압 저하 같은 부작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협착 위치,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에 따라 달라집니다. 좁아진 부위가 뇌 안쪽 깊이 있으면 내막 절제술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고령의 무증상 환자라면 합병증 위험이 낮은 내막 절제술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쉬운 건 이 프로그램이 치료법 선택의 기준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뤄줬으면 하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선택의 기로에 선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는 그 기준이 가장 궁금할 테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경동맥 협착증은 증상이 없어도 치료해야 하나요?
A. 증상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약물 치료를 먼저 선택합니다. 다만 협착이 70% 이상이거나 죽상경화판이 불안정하다고 판단되면 수술이나 시술을 권하기도 합니다. 삼촌처럼 증상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위험 인자가 있다면 정기 검진으로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미니 뇌졸중 증상이 금방 사라지면 그냥 지켜봐도 되지 않나요?
A.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일과성 허혈 발작은 증상이 24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것이 특징인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사람들이 넘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후 실제 뇌졸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 신호이므로,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즉시 병원을 찾아 경동맥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 경동맥 스텐트 시술과 내막 절제술, 어떤 게 더 낫나요?
A. 어느 쪽이 무조건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협착 위치가 뇌 깊숙이 있으면 내막 절제술이 불가능하고, 반대로 고령이거나 전신 마취가 어려운 환자는 스텐트 시술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결국 환자의 상태, 협착 부위, 동반 질환을 종합해서 합병증 위험이 가장 낮은 방법을 담당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Q. 경동맥 협착증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동맥경화가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을 꾸준히 관리하고 금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이 예방 생활습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부족했던 점인데, 결국 기본적인 혈관 건강 관리가 전부입니다. 위험 인자가 하나라도 있다면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을 권합니다.
결론
이번 주말에 삼촌을 모시고 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어지럽다는 말을 몇 번이나 흘려들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요. 건강 프로그램 하나를 보고 이렇게까지 마음이 움직인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경동맥 협착증은 조용히 진행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삶을 바꿔놓습니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신하는 것과 실제로 혈관이 건강한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당뇨, 고혈압, 흡연 이력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저처럼 뒤늦게 후회하기 전에 지금 당장 경동맥 초음파 검사 이야기를 꺼내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이번에 제대로 챙겨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