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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발달해서 오래 사는 거라고 저도 막연히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뒤로, 건강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가까운 어르신이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신 일을 겪고 나서야, 저는 처음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운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습니다.

수명이 늘어난 진짜 이유, 의학 발전이 아니었다
우리가 오래 사는 건 의사와 병원 덕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인류 수명 증가에서 의학 발전이 기여한 비율은 고작 10%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조선 시대와 유럽 중세 시대의 평균 수명은 40대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현재 한국 여성의 기대 수명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난 축에 속합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약 30만 년 동안 지구에 존재했는데, 80세 이상까지 사는 것은 불과 최근 30년 사이에야 나타난 현상입니다.
수명 폭발의 진짜 열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농업 혁명, 구체적으로는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질소 비료 합성법입니다. 여기서 질소 비료란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해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기술로, 이 발명 하나가 인류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을 수십 배로 늘렸습니다. 잘 먹으면 체온 유지, 신체 활동, 면역 반응에 쓸 에너지가 충분해지고, 그 결과 감염병에 맞서는 면역력 자체가 올라갑니다.
또 하나는 공중위생, 특히 하수도 시스템의 발전입니다. 유럽 중세에 페스트가 대규모로 퍼진 것도 열악한 위생 환경과 직결된 문제였습니다. 미생물을 차단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어떤 명약보다 훨씬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역사적 기록이 말해 주는 사실입니다. "밥 잘 먹고 손 자주 씻어라"는 말이 잔소리가 아니라 과학이었던 셈입니다.
- 수명 증가 기여 요인: 농업 혁명(식량 증가) — 가장 큰 비중
- 공중위생 개선(하수도 시스템) — 감염병 차단의 핵심
- 의학 발전 — 기여 비율 약 10%에 불과

병에 걸리는 건 내 잘못이 아니다 — 질병 예방의 시각 전환
저는 사소한 질병이 생길 때마다 "평소에 내가 관리를 못 해서 그런 건 아닐까" 하고 혼자 자책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질병(disease)이라는 단어 자체가 '편안함이 깨진 상태', 즉 dis-ease를 뜻한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그 관점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disease란 내부나 외부 원인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가리킵니다. 자동차가 일정 거리를 달리면 부품이 마모되듯, 우리 몸도 시간이 지나면 고장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비유는 저한테 꽤 위로가 됐습니다.
질병을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거나 창피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는 말은, 병을 숨기거나 혼자 참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실수를 막는 데도 중요한 태도 전환입니다. 실제로 한국은 뇌졸중 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이 국제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전체 뇌졸중 사망률은 여전히 높습니다. 이 간극은 치료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밖 헬스케어 시스템, 즉 사람들이 증상을 인지하고 빠르게 내원하는 행동 패턴의 문제에서 비롯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또한 현행 의료 분류 체계는 내과, 외과, 신경과처럼 의사 전문 분야 중심으로 나뉘어 있어, 증상만 아는 환자가 어느 과를 찾아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 점은 제가 직접 병원을 오갔을 때도 느꼈던 불편함인데, 앞으로는 환자 증상을 중심으로 여러 과가 협력하는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접근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다학제적 접근이란 한 환자의 상태를 신경과, 순환기내과, 재활의학과 등 여러 전문의가 함께 검토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다 — 단계별 공격과 방어
가까운 어르신이 뇌졸중으로 편찮아지셨을 때, 저는 그게 그냥 운이 없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뇌졸중의 발병 과정을 단계별로 이해하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위험 요인들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터지는 질환입니다.
1단계는 동맥경화(atherosclerosis) 예방입니다. 동맥경화란 혈관 벽에 지방 성분과 염증 세포가 쌓여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현상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 수면 부족, 비만, 운동 부족이 이 과정을 가속합니다. 이 단계에서 위험 요인을 줄이거나 약물로 관리하는 것이 1차 방어선입니다.
2단계는 동맥경화반(plaque)이 이미 생긴 상황에서의 관리입니다. 동맥경화반이란 혈관 벽 안쪽에 쌓인 기름때 덩어리로, 이것이 터지면 혈전(혈액 응고 덩어리)이 형성되어 뇌혈관을 막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스타틴(statin) 계열 약물로 플라크를 안정시키고,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 같은 항혈전제로 혈전 생성을 억제합니다.
3단계는 뇌졸중이 실제로 발생한 순간입니다. 이때는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해 혈전 제거 시술이나 신약 처치를 받는 것이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핵심입니다. 세계뇌졸중기구(World Stroke Organization)도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 혈전 용해 치료"를 국제 표준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출처: World Stroke Organization). 제가 이 단계별 구조를 처음 접했을 때, 왜 뇌졸중 예방이 90%까지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지 비로소 납득이 됐습니다.

대장암의 주요 원인이 '변'이라고? — 과학으로 다시 읽는 예방법
대장암 위험 요인으로 흔히 육류 과다 섭취, 운동 부족, 비만, 흡연, 음주가 꼽힙니다. 일반적으로 이 목록은 "그러니까 잘 먹고 잘 운동하라"는 도덕책 같은 결론으로 끝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식의 설명은 이미 알고 있어서 잘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장암의 공격 인자를 과학적으로 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장암의 가장 직접적인 공격 인자는 '변'입니다. 변이 대장 점막에 닿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그 안에 포함된 유해 성분이 대장벽을 자극하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대장암이 대장과 직장 접합부, 즉 변이 가장 오래 머무는 부위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붉은 육류나 가공육에 포함된 특정 성분은 이 변의 독성을 높이고, 비만과 운동 부족은 장운동을 느리게 해 변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립니다.
흡연은 독소를 통해 대장 점막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암세포 진압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세포 수준에서 직접 면역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보면 "술 담배 끊어라"는 말이 단순한 건강 잔소리가 아니라, 대장 점막의 방어력을 유지하라는 구체적인 의학적 근거를 가진 조언이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실천 방향도 명확해집니다. 변 배출을 원활하게 하는 것, 즉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고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대장암 예방의 핵심 기제입니다. 아쉬운 점은 "하루 식이섬유 몇 그램, 유산소 운동 몇 분"처럼 수치화된 가이드가 함께 제시됐다면 실생활 적용이 훨씬 쉬웠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개인 주치의나 국가 암정보센터의 실천 지침을 별도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명이 늘어난 게 의학 발전 덕분이 아니라고요? 그럼 뭐 덕분인가요?
A. 일반적으로 의학 발전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수명 증가에서 의학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에 불과합니다. 가장 큰 요인은 프리츠 하버의 질소 비료 개발로 시작된 식량 생산 증가와, 하수도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공중위생 개선입니다. 잘 먹고 미생물을 차단하는 환경이 면역력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것이 역사적 기록이 보여 주는 사실입니다.
Q.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면 얼마나 빨리 병원에 가야 하나요?
A. 세계뇌졸중기구 기준으로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 혈전 용해 치료를 받는 것이 국제 표준 지침입니다. 갑작스러운 편측 마비, 발음 이상, 심한 두통, 시야 장애 등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연락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한국은 병원 내 뇌졸중 사망률이 낮은 편이지만,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달하는 비율이 낮아 전체 사망률은 여전히 높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Q. 대장암 예방하려면 육류를 아예 끊어야 하나요?
A. 육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붉은 육류와 가공육이 변의 유해 성분을 높이고 대장 점막을 자극하는 시간을 늘린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설명 없이 "육류를 줄이세요"만 들으면 실천 동기가 잘 생기지 않습니다. 완전히 끊기보다는 식이섬유 섭취를 늘려 장운동을 활발하게 유지하면서, 가공육 빈도를 줄이는 방향이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접근입니다.
Q. 동맥경화가 생겼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동맥경화는 대부분 증상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정기 검진을 통한 발견이 중요합니다.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혈당 등이 주요 지표이며, 경동맥 초음파 검사로 혈관 벽 두께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중 하나라도 있다면 이미 동맥경화 위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현명합니다.
결론
이 강연을 접하기 전까지 저는 건강을 절반쯤은 운에 맡겨두고 있었습니다. '병원에 안 가면 되는 거 아닐까'라는 가벼운 생각과, 아프면 자책하는 습관이 공존했습니다. 그런데 수명 증가의 역사부터 뇌졸중과 대장암의 공격·방어 구조까지 순서대로 이해하고 나니, 건강은 운이 아니라 정보를 기반으로 한 선택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뇌졸중 예방은 90%까지 가능하고, 대장암도 생활 습관으로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실제로 행동을 바꿀 근거가 됩니다. 저는 이 강연을 계기로 식이섬유 섭취와 수면 관리부터 조금씩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한 변화보다 이해를 먼저 갖추는 것, 그게 건강수명을 늘리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